목회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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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열매

1940년대 후반 북한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느 날 아침, 갑자기 학교의 비상을 알리는 종소리에 전교생은 운동장에 집합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운동장에 집합한 모든 학생들의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했습니다. 공산주의 체제인 북한에서는 일체의 종교 활동이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불시검열을 통해 종교인을 탄압하곤 하였습니다. 소지품 검사에서 두 개의 성경책이 발견되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남학생의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여학생의 것이었습니다. 성경책을 소지하고 있던 두 학생은 즉시로 교장실로 불려가 심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겁에 질려 남학생은 아무 말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학생은 완강하게 “선생님, 전 기독교인입니다. 성경은 악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습니다. 성경이 가르치고 있는 것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가르침이 무슨 잘못인가요?”라고 말하며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결국 남학생은 퇴학당하는 것으로 그쳤지만, 여학생은 내무서로 끌려갔습니다. 그 후 수주일이 지나도록 여학생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학생은 그 여학생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그는 여학생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광경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여학생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왔던 것입니다. 가마니에 싸인 채, 땅에 뉘어져 있는 그녀의 손목과 발목은 피로 얼룩져 있었고, 신체의 어떤 부분은 절단되어 있었습니다. 남학생은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아 이 여학생은 용감했다. 그런데 대장부 남아인 나는 어떠했나? 양심에 반하는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은 이 여학생에 비하면 나는--’ 남학생은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회개의 기도를 했습니다. ‘오 하나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저 여학생이 가지고 있었던 용기를 저에게 주십시오. 저도 그 여학생처럼 순교자가 되게 해주십시오.’ 이 분이 훗날에 북한을 떠나 남한에 오셔서 온갖 고생을 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정부기관에서 일도 하다가 그것으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어서 그 옛날 믿음을 지키느라 순교당한 여학생을 생각하면서 자신의 전 재산을 바쳐서 한 여자고등학교를 설립하였습니다. 그 학교가 바로 서울의 염광여자고등학교입니다. 그리고 그 남학생은 바로 염광여자고등학교를 세운 김정렬 선생님이십니다. 주님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바쳐 희생한 한 여학생의 순교가 한 남학생의 영혼을 일깨웠고 그 남학생은 일생을 바쳐서 젊은이들을 그리스도께로 인도하셨습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이 주님을 믿고 주님을 위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시면서 우리 주님은 저 하늘에서 얼마나 기뻐하시겠습니까? 이름 모를 한 꽃 다운 여학생의 순교가 제물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이 구원을 받고 주님의 축복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섬김과 희생에는 남모르는 아픔이 있고, 외로움이 있고 고독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가시 같은 아픔을 참아내며 끝까지 섬김의 자리를 지켜나갈 때 그 섬김에는 수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여러분의 목사  김   종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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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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