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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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기도편지 (29)
“하나님이여 주는 나의 하나님이시라 내가 간절히 주를 찾되 물이 없어 마르고 황폐한 땅에서 내 영혼이 주를 갈망하며 내 육체가 주를 앙모하나이다.”(시63:1)
변함없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긍휼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모든 등불 가족 여러분께 문안 올립니다. 전세계적인 팬데믹으로 힘들었던 2021년 한 해였지만 돌아보면 베풀어주신 하늘의 은혜와 선물들이 셀 수 없습니다. 저희 가족은 매일 저녁마다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하나님께 감사하는 일과 부족한 저희를 위해 협력해주시는 모든 분들을 기억하며 기도드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드리며 복된 새해를 기원합니다.
저희 가족은 프레토리아로 이사를 잘 마쳤으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며 복음의 문이 활짝 열리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프레토리아 북쪽 작은 빈민가에 목회자를 위한 이동신학교를 시작하자마자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인해 갑자기 사역을 취소해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막 시작된 사역을 본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남고 아내와 아이들은 두어 달 일정으로 한국에 들어가기 위해 항공권을 오래 전에 구입해두었으나 항공사의 갑작스런 폐쇄결정으로 인해 한국을 방문하려는 가족들의 계획 또한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역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던 삶이 팬데믹으로 인해 사역이 어려워지게 되고 그저 버티며 생존하는 것이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지는 요즘처럼 안식년에 대한 갈망이 커진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 4월에 겪었던 어려운 일들에 대한 후유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고 작은 소리에도 가슴이 두근거리며 잘 놀라는 자신을 보니 더욱 안식년을 갖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도 했고 막내의 학교생활이 아직 1년이 남았기에 내년 이후에나 안식년을 가져볼 생각을 해봅니다.
한국은 춥고 눈이 많이 온다고 듣고 있습니다만 남반구인 이곳은 더운 여름이고 요즘따라 비가 많이 내립니다. 한국에 없고 이곳에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로드쉐딩Loadshedding 이라는 것인데 전력량이 부족해서 나라에서 지역별로 2, 3시간씩 전기를 끊어버리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날에 있을 정전일정을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특히 밤새워 인터넷으로 시험을 보거나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이런 전력량의 부족으로 인한 고의적 정전상황은 답답하고 절망적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저는 인터넷을 보고 연구를 해서 배터리와 태양광 컨트롤러와 인버터를 연결해서 불을 밝히고 인터넷을 하는 장치를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고 주변 선교사님에게 소개해주기도 합니다.
연말이 되면 다들 가족단위로 휴가를 떠나는 분위기로 인해 거리가 온통 한산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강도와 도둑 사건이 증가하고 심지어 고속도로에서도 경찰복을 입고 차량을 터는 강도들도 생기는데 아시아인들과 한인들이 자주 피해를 보고 있다는 소식이 한인회와 대사관으로부터 주의를 당부하는 통지를 받고 있습니다. 식료품을 사러 나가는 것 외에는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고 심지어 동료 선교사들과의 만남도 자제하고 주로 통화로만 안부를 주고 받을 정도입니다. 지난주에는 가까이 지는 동료 선교사님 내외가 오미크론에 감염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코로나가 일상이 된 듯한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그 동안 함께 사역하며 훈련했던 코코시와 꾸쫑 마을에는 통화만으로 안부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인원제한 조치를 해서 50명 이상 모이지 못하고 있으나 코코시 교회와 꾸쫑 교회는 은혜 중에 잘 있습니다. 특히 꾸쫑에서 신학훈련을 받은 분들 중에 인정받고 존경받는 목회자들이 정식으로 안수를 받고 목회사역에 전념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얼마나 기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팬데믹도 있고 거리도 있어 못가지만 늘 안부를 주고 받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지역에서 신학훈련을 희망하는 현지 교회 지도자들과의 만남 역시 틈나는 대로 갖고 있습니다.
다윗이 사울을 피해 광야를 전전긍긍하며 도망자의 삶을 살 때에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이 큰 일이었지만 광야에서의 생활이 곧 하나님을 찾게 되고 만나게 되는 성소(sanctuary)였음을 깨닫게 되고 고백하는 것이 ‘주의 인자하심이 생명보다 낫다’는 것이었듯이, 전기공급도 불안정해지고, 치안도 불안해지고, 사역 자체도 팬데믹으로 인해 흔들리는 이런 시기가 어쩌면 하나님을 더 간절히 찾게 만드는 은혜가 있지 않는가 생각해봅니다. 2021년도에 베푸신 은혜보다 더 풍성한 은혜가 2022년도에 하늘로부터 부어질 것을 믿습니다. 대면하여 뵐 때까지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기원드립니다.
2021년 12월 3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김광락 선교사 올림